정수현의 경마 이야기 (13편) 불법 사설경마...일명 '마때기' <1>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정수현 작성일22-10-26 19:39본문
휴가 첫날, 30만 원을 잃었다
한 달 뒤, 여름휴가가 찾아왔다.
휴가철이면 청담동 주점도 며칠씩 문을 닫았다.
남들은 바다로, 계곡으로 떠났지만 나는 달랐다.
‘이 더위에 무슨 휴가야. 집에서 에어컨이나 쐬는 게 최고지.’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심심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경마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병수 형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평일에도 집에서 일본 경마 해.”
나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형, 전에 말한 일본 경마 있잖아.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너도 해보게?”
“그냥 심심해서.”
그런데 뜻밖의 말을 들었다.
“그거 불법 사이트야.”
순간 마음이 찜찜했다.
“불법이라고? 잘못하면 경찰서 가는 거 아니야?”
“에이, 나도 몇 년 했는데 아무 일 없었어.”
몇 번을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 호기심이 이겼다.
‘몇 번 해보는 건데 뭐….’
그렇게 처음 사이트에 들어갔다.
10만 원을 넣었더니 화면에는 12만 원이 찍혔다.
첫 입금 보너스 20%.
“우와, 2만 원을 그냥 주네?”
지금 생각하면 그 2만 원이 사람의 경계심을 풀어놓는 미끼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저 공짜 돈을 받은 기분이었다.
곧 일본 경마가 시작됐다.
출마표는 온통 일본어.
기수도 모르고 말도 모르고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도 한 가지는 볼 수 있었다.
선행마와 추입마.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는데?’
첫 경주.
선행마 4번과 7번을 중심으로 총 6천 원을 베팅했다.
결과는—
4번-7번 적중.
“됐다!”
그런데 계산해보니 이상했다.
맞혔는데도 전체로는 1,200원 손해였다.
‘뭐야?’
그때부터 오기가 생겼다.
더 무서운 것은 경주 간격이었다.
한국 경마처럼 한참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몇 분 지나면 또 경주.
또 경주.
또 경주.
저배당이 들어오면—
‘역시 저배당이 답이네.’
다음 경주에 크게 걸었다.
그러면 고배당이 터졌다.
“아, 진짜!”
이번에는 고배당을 노리면—
또 저배당.
순식간이었다.
10만 원이 사라졌다.
추가 입금.
또 잃었다.
다시 추가 입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불과 한 시간 남짓한 사이—
30만 원이 없어져 있었다.
나는 컴퓨터 앞에서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이렇게 해서는 절대 못 이긴다.’
결국 베팅을 멈췄다.
그리고 출마표를 출력했다.
선행, 추입, 인기순위, 직전 경주….
하나씩 표시하고 지우고, 다시 엑셀에 옮겨 분석했다.
한 시간이 지나고—
세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10시간이 흘러 있었다.
휴가 첫날이 통째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상하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승부욕이 생겼다.
‘그래. 제대로 공부해서 다시 해보자.’
또다시 하버드 대학에 갈 시간이었다.
다음 날.
나는 어제 밤새 분석했던 자료를 컴퓨터 옆에 펼쳐놓았다.
그리고 다시 20만 원을 넣었다.
보너스까지 합쳐 화면에는 24만 원이 찍혔다.
‘좋아. 어제 잃은 돈부터 찾아오는 거야.’
이번에는 찍지 않는다.
공부했다.
분석했다.
그리고 자신도 있었다.
나는 첫 승부를 골랐다.
8번-1번, 2만 원.
그리고 8번을 중심으로 몇 마리를 더 받쳤다.
총 베팅금액—
3만 5천 원.
잠시 후 화면 속 말들이 게이트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어제와 달랐다.
적어도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게이트가 열렸다.

댓글목록
나무님의 댓글
나무이젠 경마를 조금 잘 알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님의 댓글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