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형 돈 좀 딸 거야~ 내가 베팅하라고 할 때만 베팅하면 돼...모든 경주를 전부 베팅하면 안 돼~ 소스가 오는 경주만 베팅하면 무조건 돈 따니까“

진우는 내게 알 수 없는 말 만 계속해댄다

암튼 진우가 오늘 형은 돈 좀 딸 거란 말에 잔뜩 기대를 걸어본다

과천 경마장 본장은 총 6층 정도의 건물이다

하지만 건물이 얼마나 큰지 모르긴 몰라도 각층마다 5천 명 이상은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크기이다

지금은 모든 게 좌석제로 시행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입석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넘쳐났으니

아마도 각층마다 베터들의 수용인원이 만 명은 되지 않았을까?

암튼.......

의자를 차지하기 위해 일찍부터 입장한 사람부터, 계단에 앉아있는 사람, 그냥 바닥에 앉아서 공부하는 사람...

본장 들어오는 입구에는 수십 종류의 경마 예상지를 판매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 책을 1000원~5000원 정도로 구입하여 책에서 예상하는 경주마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 말은 이번에 무조건 승부 할 거다

이 말은 이래저래 해서 이번엔 오기 힘들다

배당판을 보니 이 말은 안 온다 등등....

무수한 예측의 수다들이 베터들 사이에서 오가고 있었다

나는 아무리 출마표를 들여다 보아도 알 수가 없다

처음 접하는 책으로 오는 말을 알아 맞힌다는 것은 초등학생에게 법전을 쥐여 주고 공부하라는 것과 진배나 다름 없었다

예상지는 5두 마 번이라고 해서 올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는 5마리의 말을 뽑아준다

물론 그것도 순서 있게 뽑아준다

1등으로 충분히 올 수 있는 마 번부터

드디어 1경주...

1경주가 시작 된다

경주마는 10분 전에 관람석 앞을 지나간다

바로 그때 화면에는 배당판과 함께 말의 체중 변화 상태를 알려준다

말의 체중은 평균 400 ~500kg 정도라고 한다

출전 당일 말의 체중 변화를 알려주는데 이때 말의 체중 변화에 베터들은 굉장히 민감하다

사람들은 그들이 구입한 예상지 책에 체중 변화를 마구 적기 시작한다

또한 말 상태가 어떠한가를 유심히 쳐다본다

심한 경우는 멀리서 지나가는 말의 상태를 보기 위해 쌍안경으로 보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그리고 기수가 누가 타고 있고, 어느 마 방의 소속인지... 마 주는 누구인지.... 아 휴....::

난 전혀 낯선 단어에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진우가 내게 말을 건다

"형 이번에는 3번 말이 대가리 칠 거야"

"응? 3번 말이 1등이라는 거야?

”응 3번 말은 주행 검사를 받았을 때도 상태가 좋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나라 최고의 기수가 타고 있다는 거지“

”우리나라 최고의 기수??

“누군데??”

“응 박 태종.!!“

말들이 뛰기 위해 게이트에 정렬하여있다

잠시 후 게이트가 동시에 열리면서 말들이 마구 치닫기 시작한다

앞서서 달려가는 3마리와 맨 뒤에서 쫓아가는 4두마 정도

말들은 생각보다는 서로 뒤엉킴 없이 순차적으로 잘 뛰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에 위험할 것만 같았던 내 예상과는 달리 마치 그들만의 규칙이라도 있는 듯

기수들은 말들을 요령 있게 잘 몰았다

진우가 내게 알려준다

”빨간 헬멧을 쓴 기수가 박태종 기수야“

진우가 알려준 빨간색 헬멧을 찾아보니 맨 앞에서 달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출발하고 나서 맨 앞에서 뛰는 말을 선행 마라고 불렀다

그 선행 말을 우리나라 최고의 기수라 불리는 박 태종 기수가 타고 있었다

코너를 돌아 골인까지 직전 주로를 달리면서 빨간색 헬멧의 기수는 여지없이 1등으로 골인했다

엥??

2분도 채 안되어 경주는 너무 쉽게 끝나버린다

그리고 예상했던 3번 마번이 그대로 1등으로 골인했다

경마 너무 쉽네... 

잘 타는 기수가 선행으로 달리면 1등 하는 거네...??

간단하구만....이거 뭐...쉽게 돈 벌 수 있겠는걸....

그런데 사람들은 다들 어느 마 번에 베팅들을 했을까?

”진우야 3번 말에 베팅 했니?“

”아니... 난 안 샀어... 이번에는 저 배당일 거라고 형이 내게 말해줬거든“

”저배당..??"

”응 단승식 1등 1.9배, 연승식 1.1배면 저배당이야...그것도 복승으로 2.3배면...나는 주로 고배당에 베팅하거든“

”1.9배면 10만 원 베팅했을 때 9만원 따는 거 아냐?“

”그렇기는 한데 나는 주로 복승식 10배당 이상이었을 때만 베팅을 하거든... 그래야만 크게 먹을 수 있으니까...“

2경주...

3경주...

진우는 매 경주를 그냥 흘려보냈다

그리고 4경주

진우는 내게 다가와 조용히 말을 한다

”아는 형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이번에 베팅 하래~ 7번 마 번에~“

”7번??“

”응~ 단승식 1등이 5번이니까.... 5번하고 7번을 사면 되지~ 지금 복승식 9.8배니까... 얼마를 살건지는 형이 결정해서 베팅하면 되고~

5번과 7번...

나는 진우가 알려 준대로 복승 5번과 7번에 10만원을 샀다

그리고는 진우에게 물어본다

“진우야~ 5번과 7번이 들어오면 97만원 따는거야?”

“당연하지~ 한번 지켜 보자구~”

나는 첫날이라 많은 돈을 가지고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확실하다는 5번과 7번에 최고 베팅액으로 정해진 10만 원을 전부 걸었다

우리는 T.V 화면으로 출발대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말들은 순차적으로 출발대에 들어섰다

모든 말들이 출발대에 정렬되었다 싶은 순간

빵...!!!!!

출발의 총성이 울린다

진우의 말에 의하면 5번 헬멧은 파란색이고, 7번은 어두운 밤색 헬멧이라고 했다

난 파란색 5번과 밤색 헬멧 7번을 찾는다....

5번...

7번....

                                 박 태종 기수

한국 경마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박태종(52) 기수는 50세를 넘긴 나이에도 젊은 후배들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며 연일 경마의 역사를 새롭게 써가고 있다. 2000년 10월 종전 국내 최다승기록(722승)을 갈아치운 박 기수는 이후 해마다 평균 50승 이상씩을 거두며 한국 경마의 역사를 새롭게 써왔다. 

2004년 1월 31일 통산 1천승 고지를 밟았다. 2006년 120차례 우승해 개인 한해 최다승기록을 세웠고, 2009년에는 개인 최다인 654회 출전하는 등 거침 없는 승수 사냥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기록제조기'와 '철인'이라는 명성을 얻었다.2016년에는 데뷔 30년 만에 50세를 넘은 나이로 현역에서 뛰면서 통산 2천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충북 진천 출신으로 1987년 4월 제13기 후보생 시험에 합격, 경마에 입문한 그는 147㎝, 46㎏으로 기수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춘 데다 하루도 훈련을 거르지 않는 특유의 성실한 자세로 일찌감치 간판 기수 자리를 꿰찼다. 영광의 자리에 서기까지 1995년 낙마 사고로 오른쪽 무릎 인대가 끊어진 것을 비롯해 3차례나 큰 부상을 당하는 등 시련도 있었다. 하지만 박태종은 포기하지 않았고 지루한 재활훈련을 거쳐 무릎 부상 다음 해인 1996년에는 한해 최다승 우승기록을 세우며 재기에 성공했고, 이후에도 질주를 거듭한 끝에 대기록을 세우게 됐다.